2010년 2월 17일 수요일

“골 때리는 황당한 발명품”, 진도구를 아십니까

“골 때리는 황당한 발명품”, 진도구를 아십니까

2007년 08월 27일 (월) 23:20   세계일보


■진도구(珍道具)적 발상/가와카미 켄지 지음/김지경 옮김/유이미디어/1만3800원
빨대 달린 국자, 조미료통 달린 젓가락, 거꾸로 된 우산, 머리에 이고 다니는 휴지걸이, 대접 냄비, 마사지 슈즈, 앞뒤로 신을 수 있는 실내화, 등 없는 와이셔츠, 성냥 필요없는 담뱃갑, 미니 선풍기 달린 안경, 침 흘리고 자는 사람을 위한 얼굴용 발 등 기발하면서도 깜찍한 발명품들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아니, 혀를 차게 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때론 불필요한 것도, 때론 비실용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참 재미있다. 진도구는 그런 것이다.
▲진도구란 무엇인가? 유쾌한 세상을 위해 태어났다!
날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수은주에 끝없는 열대야! 일 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휴가를 망쳐버린 폭우! 자고 일어나보니 폭락해버린 주식까지… 올 여름 맘먹은 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스트레스 지수가 마구마구 올라버린 당신! 여기 우울한 당신을 웃게 해줄 유쾌한 진도구 세상이 있다.
‘진도구’(珍道具)란 진기한 도구의 준말로, 1987년 일본인 가와카미 켄지(川上賢司)가 만들기 시작한 발명계의 새로운 장르이자 시쳇말로 골 때리는 황당한 발명품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발명품 책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15개국에서 230만부나 발명됐고, 일본 후지TV, 영국 BBC, 호주 CATV 등 세계 매스컴이 주목하기도 했다.
발명품이라고 해서 거창하고 뭔가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기발한 것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더 불편하게 되는 도구들이 바로 진도구이다.
금방 어떤 물건인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얼마 전 모 이동통신사 광고에 나왔던 버스에서 안전하게 졸기 위한 ‘뚫어 뻥 모자’라든지 안약을 쉽게 넣기 위해 만든 ‘깔때기 달린 안경’ 등을 떠올리면 쉽다. 이처럼 보기만 해도 실소가 터져 나오는 어이없는 발명품이 바로 진도구이다. 그런데 왜 이런 쓰잘머리 없어 보이는 진도구가 요즘 같은 세상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걸까?

첫째, 진도구가 발명품으로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두뇌 개발 면에서 새롭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진도구의 발상법은 딱딱해진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새로운 두뇌 트레이닝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새로운 과학 발명으로서 인정을 받기도 했고, 유럽에서는 새로운 예술로 인정받기도 했다. 행위예술이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그 뿌리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참신한 유머로서 주목받기도 했다.
둘째, 정통 발명법에서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하지만 진도구의 세계에서 경쟁자가 없다. 한마디로 전자는 레드오션이고 후자는 블루오션이다.
셋째, 진도구의 첫인상이 황당함 그 자체일지는 몰라도 사실은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 떠올려 봤음직한 물건들이다. 이것이 바로 원초적 발명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3의 지능이라고 불리는 ‘창조지능지수 SQ’의 뿌리, 고향과 같은 것이다. 즉, 발명 본능의 원초적 뿌리를 무시하고서 발명의 세계에 들어가기란 그만큼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발명의 세계에서 무작정 한방을 노리려고 하면 정말 힘들어진다.
발명은 도박과 같은 심정으로 하면 안 된다. 그저 즐겁게 원초적 발명 본능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그 누구나 자연스럽게 발명의 푸른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는 거다. 이게 바로 진도구의 발명 철학관이다.
▲이제 이런 진도구 세상이 우리나라에서도 펼쳐진다.
한국진도구협회 (www.chindogukorea.com)는 진도구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진도구적 발상’ 출판을 계기로 한국에서 진도구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상에서 떠올린 다양한 진도구 아이디어를 모집, 매달 10개의 우수 아이디어를 선정해 상금 30만원과 도서상품권을 지급한다고 한다. 연말에는 우수 아이디어를 엄선해서 5명을 선정, 진도구의 본고장인 일본을 방문하고 일본 진도구협회 회장과 만나는 2박3일의 일본여행 계획도 있다.
한국진도구협회 김지경 회장은 이번 진도구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에 많은 사람이 참가해서 일상의 문제를 독특한 발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 “뭔가 재미난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사람, 발상의 전환을 원하는 사람, 공부에 지친 학생, 일상이 무료한 사람 등 많은 이들이 놀이동산에 놀러오는 기분으로 언제든지 위의 사이트를 놀러 와서 지식의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울러 “앞으로 진도구의 개념을 재미있게 보여줄 전시회 및 강연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 청소년 시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창의력 및 응용력 발달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과서 위주의 교육에서 비롯된 각종 교육 문제도 진도구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볼수록 재미난 진기한 도구, 진도구!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사람이라면 오늘 당장 진도구 사이트를 방문해보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말라버린 당신의 두뇌에 그리고 당신의 유머감각에 속 시원한 물줄기를 선사할 것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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