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금요일

창의력·인재가 지역경쟁력 높인다

지난해 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지역발전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이후 4개월여에 걸쳐 전국 1백63개 시군의 기초생활권(광역시 69개 구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역경쟁력지수(RCI·Regional Competitiveness Index)를 발표했다.

국내 인구의 53.9퍼센트가 거주하는 전국 1백63개 기초생활권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순위를 매긴 RCI 상위권에는 경기 남부 등 대도시 접근성이 높은 시군이 대거 포진했다. 하지만 대도시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렇다 할 자원이 없는 일부 군 단위 낙후지역도 창의성과 연계협력 등을 통해 얼마든지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RCI는 △생활서비스 △지역경제력 △공간자원 △주민활력 등 4개 항목 31개 지표로 구성됐다. 이 조사에서 경북 성주군, 충북 진천군 등은 ‘자립형 발전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지역은 대도시 접근성이 떨어지고 공간자원 외에는 마땅한 자원도 없지만 차별화된 전략으로 독자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성주 참외’로 잘 알려진 경북 성주군은 전체적인 RCI 순위에서는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경제력 항목에서는 쟁쟁한 도시들을 제치고 전체 18위에 올랐다. 지역경제력 지수는 주민소득 수준, 산업구조, 지자체 재정력 등을 종합 평가한 항목으로 지역의 현재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성주는 연간 농산물 판매소득 3천만원 이상인 농가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창우 성주군수는 “60년 이상 된 참외 재배 노하우를 바탕으로 참외 산업화를 추진해 지금은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만 4백 가구를 넘는다”며 “다양한 참외 가공식품 분야로 산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거진천 쌀’을 테마로 한 지역 농업개발 기획에 성공한 충북 진천군은 지역경제력 지수에서 21위에 올랐다. 맞춤비료 개발, 쌀 상표 개발, 다양한 논농업 기술 개발과 보급 등 지자체와 주민의 협력과 정교한 기획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공간자원을 문화관광산업 등으로 연결해 성공을 거둔 충북 단양군, 강원 평창군 등은 종합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간자원 지수는 녹지, 문화재 등 자연환경과 문화자원 등을 포함한 지표로 해당 장소가 지닌 매력도를 나타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 연구위원은 “지역이 보유한 자연환경, 문화재 등 공간자원을 활용한 발전 모델이 낙후지역의 발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CI 종합순위 및 개별항목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시군 중 상당수는 지역 내 특산물이나 관광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었다. 경북 상주시의 곶감, 경북 포항시의 과메기, 전북 부안군의 뽕과 고창군의 복분자 브랜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더 큰 도약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내 각 주체들은 물론 인접 지역과도 연계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충북 영동군은 지역 내 경제주체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포도의 고장’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접 지역과의 연계협력을 시도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 전남 곡성군과 구례군, 경남의 하동·함양·산청군 등 지리산과 인접한 자치단체 7곳은 지리산 관광개발 사업을 공동 기획했다.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경북 봉화·영양·청송군은 지역 특산물 공동 브랜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비축제’라는 창조적 발상으로 성공을 거둔 전남 함평군은 주어진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경우다.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오금열 과장은 “함평은 10년 전만 해도 천연자원, 관광자원, 산업자원이 전혀 없는 ‘3무(無)’지역이었다”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생각해낸 게 나비축제였다”고 말했다. 함평은 친환경 이미지의 나비축제를 시작할 때 제주에서 나비를 공수해왔다.






 

전문가들은 창의성과 연계협력을 지역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하지만 결국 출발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핵심 인재 육성과 유지가 관건이라는 게 공통 견해다.

전국 86개 군 지역 대부분은 두뇌 유출과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스스로의 역량을 통해 부족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쟁력이 뒤처지는 지역은 인재 육성, 지역리더 역량 강화 등 체계적인 인적자원 개발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경남 함양군, 강원 화천군 등 지역경쟁력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난 지역은 공통적으로 교육 인프라 투자와 인재 확보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김남국 경영지식팀장은 “각 시군이 차별화된 역량과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역발전위원회와 함께 앞으로 RCI 조사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글·조용우(동아비즈니스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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